성낙인 서울대 총장(사진)이 교육부의 대학평가 기준이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성 총장은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도태하는 대학이 해마다 몇 개씩 나올 것”이라며 “평가에 따른 정부의 재정 지원 혜택이 대학 간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져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대학은 변화하는 역동적인 사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총장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교육부 대학평가에 대해 "평가 잣대가 좀 더 엄중해야 한다고 본다. 누구나 만점을 받는 평가기준은 적절치 않다"며 “대학사회와 교육정책에도 적자생존 원리가 적용돼야 하는 시점이 왔기 때문에 도태되는 대학도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바꾸자는 논의에 대해선 반대 뜻을 밝혔다. 국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평가인 수능을 잘 치른 학생과 학교 공부에 성실해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균형 잡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성 총장의 입장이다.

최근 지역균형선발을 모든 모집단위로 확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입학사정관을 지역에 파견해 지역 인재를 찾겠다는 입학 정책 기조를 밝혔다. 또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라면 과외를 못 받아본 어려운 학생도 들어올 길을 만들어 주는 게 옳다"며 "선발 비율은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애 쓰겠다"고 말했다.

2005년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도가 효과에 대해  “지역균형 출신 졸업생의 진로 등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며 “모든 모집단으로 확대해 이미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보다는 ‘숨은 진주’를 찾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국립대 기능 약화 우려에 대해 "법인화 이후 예산 개별항목 통제가 덜해졌다고 해서 사립대처럼 작동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이 상아탑 시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산학협력도 이 시대의 저버릴 수 없는 명제"라고 표현했다.

성 총장이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대학과 기업의 만남’ 행사에 외국 대학 총장으로는 처음 기조연설을 한 배경을 들었다. 그는 “프랑스가 파리 남쪽에 17개 대학 연구소가 밀집한 클러스터를 세우고 있는 등 세계 각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잇따른 교수 성추문과 올해의 교수 연구비 횡령과 관련해선 "행정 책임자로서 면목이 없다"면서 "교수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인터넷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사상 처음으로 대학 감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