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김재원 기자] 오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 명 까지 줄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각 대학들의 분위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나 대학 입학정원의 감축으로 발생되는 재정적인 감소를 보완해 줄 특성화 사업의 선정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며 대학들은 더욱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대학의 한편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의 질 하락, 하향평준화, 입학 인원의 감소로 인한 입시의 과열, 대학의 입장에 대한 고려 여부, 교육 자체의 발전에 대한 고민보다 구조 개혁만을 더 생각하지 않았는지 등 다양한 사안에 따른 우려들이다.

본지는 지난 2월까지 전국대학기획관리자협의회 회장을 지낸 중앙대학교 법인사무처 박기석 부처장(사진)을 만나 대학구조조정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는 각 대학의 기획관계자들의 고민을 대신 해 들어봤다.

박기석 부처장은 "학교 밖에서 대학을 매우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대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라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대학 간,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학 운영에서 특성화, 개성화, 차별화 정책과 전략 등이 매우 중요한 시기임은 물론, 평가에 의한 대학의 서열화 등으로 구성원들은 매우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대학들은 오는 5월에 예정 된 특성화 사업의 선정에, 내‧외부별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학 내 기획 관계자들에게 연일 이어지는 릴레이 회의에 야근은 이제 기본이 됐다. 각 대학의 이러한 상황은 대학의 정원감축으로 인한 재정적인 감소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원 감축을 대학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값등록금에 정원감축 더해져 대학재정 심각

박 부처장은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른 재정운용의 폭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원감축으로 초래되는 대학의 재정 감소가 더해져 운영의 어려움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일례로 수도권의 재학생 1만명 이상 규모 대학들이, 교육부가 정하고 있는 기본 4% 이내의 정원을 줄인다고 하면 1%씩 줄이는데 약 20억원 정도의 등록금 수입이 감소된다. 4%면 1년에 80억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특성화사업 등을 통해 각 대학에 80억원 이상의 재정을 매년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 있어서 결국 대학들이 재정적인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 때문에 대학들이 정원 감축에 있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이러한 재정적인 문제와 함께 박 부처장은 이번 대학 구조조정이 입시의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입시는 현재도 많이 과열돼 있고 특히 수도권 대학들이 더 심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수도권과 지역대학의 권역별 일률적인 정원 감축은 수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집중 돼 있는 기업과 산업체의 거점을 각 지역으로 옮기면서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산업과 교육 발전계획'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의 입시 과열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대학재정지원 편중되지 않도록 지원 중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될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키워드는 '정원감축'과 함께 '특성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원감축으로 인한 재정적인 감소를 보완 해 줄 주요 핵심이 특성화 사업의 선정이기 때문.

박 부처장은 이러한 특성화 사업의 선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그는 "특정 대학에 모든 사업의 재정지원이 몰리지 않도록 해, 더 많은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 산학협력 등에 특성화그룹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존에 진행됐던 BK21플러스, ACE, LINC 등과 같은 대학관련 재정지원사업과 이번 특성화 사업이 효율적인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고 전한다.

그는 "BK21플러스 사업은 연구를 잘하는 대학, ACE 사업은 교육을 잘하는 대학, LINC 사업은 산학협력을 잘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사업인데, 특정 대학에 모든 사업의 재정지원이 몰리지 않도록 해, 더 많은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 산학 협력 등에 특성화 그룹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국 대학 기획관리자들의 수장을 지냈던 박 부처장. 현 시점에서 그는 각 대학들과 함께 국가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국가 경쟁력의 강화는 대학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OECD국가 중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재정이 열악한 측에 속하는 국내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며 "구조조정과 연계된 학문단위의 재조정, 특성화 정책 추진 등은 매우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일률적인 정원감축 정책은 사립대학에 있어서만큼은 대학의 자율성과 재정지원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기획관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본지는 전국 대학의 기획관계자를 대상으로 현재 진행되는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설문조사를 진행 해 금주 내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