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 20층 회장실에서 상의의 주요 신년구상과 사회현안에 대해 출입기자와 얘기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117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 기업 두산그룹 회장이자 130년 역사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박용만 회장을 지난달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 20층 회의실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신해 3명의 동료기자와 함께 2시간가량 만났다. 그와의 다양한 대화 가운데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청춘에 전하는 말'을 가능한 발언 원문 그대로 옮겼다.

-대기업은 취업난, 중소기업인 인력난 등 미스매치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단순히 젊은이들 탓을 해야 하는지. 해법은 없는지

▶정답이 없어요. 정답이 없는 게 제가 고등학교 졸업했을 때 대학진학률이 아마 20%정도 됐을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대학진학률이 거의 83%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고등학교 졸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다 전문대 이상을 간다구요. 그러니깐 사회 방식이나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되어버렸어요.

그것을 젊은 애들보고 잘못했다고 얘기할 수 없죠. 그 애들이 자기들이 선택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닌데. 대학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고, 그러니까 그거를 누가 잘못했다고 얘기할 수 없고 과거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는 거예요.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결국은 답답하지만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가급적이면 대기업의 사무직만을 바라보는데, 기업은 다 수용을 못하고. 그런데 거기에 입사 지원을 했다가 안 되면, 놀아버리는 실업자가 되는 건 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아이들보고 “야 너 왜 놀고 있냐, 놀지 마라. 현장에 가서라도 일이라도 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안 간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 아이들을 따뜻한 환경에서 키웠는데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 결국은 중소기업들도 우리가 서로 도와서 근무환경도 좀 개선하고, 또 장래가 열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서의 사람의 발전도 좀 도와주고, 교육도 좀 더 시켜주고, 그런 노력도 하고. 그러면서 젊은이들을 자꾸 끌어들일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일부 중소기업을 좀 더 도와주고. 그러면서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중소기업에 가는 직원들이 조금 더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는 비율이 늘어나면, 점점 더 쏠림 현상이 심해지지 않을 수 있고, 그 다음에 이제 결국은 그렇게 해서 한쪽으로 편중되던 게 한 단계 아래로 펼쳐지면 거기서 조금 더 펼쳐지기도 쉬운 것 같아요.

생산직 현장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에 가는 것도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고. 그러니까 조금 더 노력하고 투자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학교에 가서 강의도 하시고, 질문도 받으시고, 면접도 보시고, 신입사원들도 만나시고 할 때, 지금 젊은이들을 볼 때 어떤 거 같으세요?

▶지금 젊은이들이요? 지금 젊은이들은 결국은 우리가 길러낸 산물이라고 봐요 전. 지금 젊은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제도도 결국은 우리 세대가 만들어낸 거고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재의 상당수가 풍요롭게 살았다고 한다면, 그 풍요로움도 우리가 만든 거고.

또 해외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면 해외사조를 들어올 수 있도록 열고 처음에 끌어들이고 한 그때의 결정(Decision)을 내리고 그거를 주도(Drive)했던 사람들이 다 우리 세대잖아요. 그러니깐 젊은 세대를 보고 뭐라고 하면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거는 우리가 그렇게 한 거니까.

-질문을 다시 드리면, 젊은 세대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장점은 자기표현에 능숙하고, 우리 때만큼 관행적 속박이라는 것을 많이 받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창의적이에요 훨씬. 창의적이고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 좀 쉽고. 그리고 강요된 적응(Adaptation)이 아니라 자발적인 어댑테이션을 잘해요. 우리 때는 살기 위해서 싫어도 막 굴종하고 싫어도 막 적응하고 그랬거든. 요새 아이들은 그런 건 안 해.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가 필요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탁탁 적응을 잘한다. 그런 면은 굉장히 달라요 그 때하고.

반면에 조금 아쉬운 점은 우선 첫째는 국가관이라든지 커다란 공동의 선 있잖아요. 큰 이슈,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나 개인이 더 앞서고 내 개인의 의견이 더 중요하고. 그런 것은 좀 부족한 것 같고.

두 번째는 흔히 개발세대들이 얘기하는 터프(Tough)한 환경에서의 인내심이나 이런 거? 그런 거는 좀 부족한데 그건 큰 잘못인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성향적으로 좀 다르다는 거지. 그 정도인 거 같아요. 요새 젊은 층에 대해 불만이랄까 저는 그런 것은 별로 없어요. 긍정적이에요.

-두산에서도 청년들이게 주는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이런 것이 있는데요, 새해이고 하니까 취업 준비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첫째는 자신감을 가지라 라는 이야기에요. 자신감을 가지라 라는 이야기 중 하나는 왜 꼭 대기업 사무직에 들어가야만 되느냐. 그건 환경 예속적으로 생각하는 거거든.

현재까지 시대에 이뤄져 온 환경을 봤을 때 내가 어느 자리에 들어가 있어야 그 다음에 내 미래가 보장된다라는 생각이 굉장히 강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쏠림 현상과 미스매치 현상이 강한 것 같아요. 그건 좀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미래는 그 친구들이 열어가야 할 시대인데, 우리가 만들어놓은 게임의 룰을 보고 판단을 해서 거기에 자기를 어디에 딱 갖다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기의 미래관을 다 지배한다. 그거는 조금 안타까운 거죠. 그러니까 조금 더 자신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는 심지어 우리 애들한테도 그러는데 내가 애들한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인간적인 측면, 정직해라. 무슨 성실해라 이런 건 가르쳐줄 수 있지만 삶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생각을 한 번 해보세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처음 들어왔을 때하고 지금하고는 완전하게 다른데. 특히 정보의 운용능력, 소통의 장비. 완전히 다른 시대인데.. 게다가 심지어 내 세대도 적응 못해 허덕허덕하는 사람도 천지인데. 지금부터 앞으로의 세대는 그 아이들이 훨씬 잘 알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냐구요.

우리는 경험조차 못해본 시대가 지금 왔는데. 경험조차 못해본 시대가 지금 오고 있는데. 그러니까 결국은 그 미래는 그 아이들이 결정을 해야 되고, 그 아이들이 주역인데 왜 벌써부터 자신 없어 하는지.

그러니까 제가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메시지에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참 잘했다”라고 얘기를 먼저 한 게, 우리나라 청소년처럼 자기 자유 없고, 자기 희생을 많이 하는 청소년이 어디 있습니까.

공을 차고 싶어도 학원가서 공부해야 하고, 입시 하나에 중고등학교 6년을 쏟아 부어야 되는데, 만나는 어른마다 대화와 소통의 주제가 공부 잘하고 있니, 공부 잘해라, 3년 남았다, 2년 남았다, 죽은 셈 치고 2년만 더해라.

심지어는 '아이폰 사 주세요'하면 다음달 성적 올라가면 사줄게. 아이들과 하는 모든 대화의 주제가 공부야 우리나라 어른들은. 그 환경 하에서 그 어린 나이에 10대 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학업에 대한 부담, 수능에 대한 점수 부담, 진학에 대한 부담을 안고 성장하는 애들이 요즘 우리아이들인데 그 애들보고 이제 와서 또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최대의 기회를 제공하겠다’ 이건 너무 심한거지.

일단은 잘했다. 그만하면 정말 시대가 바뀌는 이 과도기에, 그 시대가 바뀌는 사이에 자라나는 너희들 참 애 많이 썼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하는 세대고 너희들이 만들어가야 할 시대니까 꿈을 가져라, 열심히 해라, 잘했다, 어디서든지 두발로 출발(Start)만 해라, 그렇게 해줘야죠.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먹고 살 수 없잖아. 먹고살 수 없는 것은 사회가 그렇게 하다가 실업을 했을 때는 실업급여도 해주고 사회보장적 성격의 도움을 주고, 또 취업이 좀 잘되도록 교육도 시켜주고 도와도 주고. 중소기업에도 데려다가 곱게 자란 애들 견딜 수 있게 근무환경도 좀 개선해주고. 그것을 위해 정부나 우리기업들도 투자도 좀 해주고. 이렇게 사회전체가 노력을 해야지 그냥 하루아침에 애들한테 잘해봐라 그러면 힘들죠 그건. 자라는 친구들인데 아직.

-정답이 없는데, 교육개혁이라는 게 좀 필요하다고 보세요?

▶필요하죠. 교육개혁은 항상 필요해요. 항상. 시대가 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변화속도가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데.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면, 변화가 빠른 만큼 그 변화된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교육을 시키는 교육의 방식도 계속 바뀌어야 되잖아요. 그러니깐 끊임없는 개혁이 요구된다고 봐요. 끊임없이 개혁해야 되요. 그런데 이게 관훈토론회도 아니고 교육까지 가. <출처 : 대한상의 출입기자단>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이 청춘에게 전하는 새해 첫말을 대학생들에게 전하고자 대한상의

출입기자단의 박용만 회장과의 공동인터뷰를 전제합니다.

출처 : 대한상의 출입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