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전주고 3학년 김수현군과 이원택 교장.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팔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체장애 1급의 고교생이 2014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을 통해 사학과에 합격했다. 전주고(교장 이원택) 3학년 김수현군이 주인공이다.

근육병의 일종인 근이양증을 앓고 있는 김수현군은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기회균등전형을 통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김군은 팔근육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탓에 필기를 할 수 없어 수업내용을 암기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반복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사의 경우 영화·소설 등을 통해 역사적인 장면들을 상상하고, 다시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다른 과목들도 필기 대신 수업내용을 암기한 뒤 전용 PC를 이용해 정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통해 영어(2등급)와 한국사(1등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군을 지도한 안재란 담임교사는 “수현이가 대견하기만 하다”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공부에 매달린 결과를 보상받는 것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군이 대학입시에 매달린 것은 2학년 2학기 이후부터였다. 당초 근이양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탓에 ‘단명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했던 김군은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보통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전문의의 판단을 받고 기대감을 키운 것.

안재란 교사는 “수현이는 몸은 불편했지만 어느 누구보다 의지가 강했다”면서 “뒤늦게 품은 꿈과 희망을 구체화하기 위해 억척스럽게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군은 연세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우리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참모습을 알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전주고 이종혁 교감은 “수현이가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로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우리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왜곡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침반이 되겠다’고 말했다”면서 “몸은 불편하지만 정신만은 누구보다 강한 청년”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교감은 “수현이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까지는 본인의 학업에 대한 의지는 물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하교를 도운 모친의 희생과 가족들의 지지, 통합학급를 운영하고 있는 전주고의 장애학생 지원 시스템이 시너지효과를 냈다”면서 “꿈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자신을 이기며 그 꿈의 씨앗을 키워낸 수현이의 모습은 많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